경북 포항시 한쪽 끝에는 환여동이란데가 있고 거기서 한 20분 차타고 들어가면 '한동대학교'라는 곳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미르(Mir)' 라는 95학번 용띠형들이 만든 밴드가 있고 그 쾌쾌한 냄새나는 연습실과 친구들은 내 가슴속에 남아 있다.

   지난 주말에 갑자기 짐승한테서 전화가 왔다. '야 너 여행간다는거 그거 진짜냐?' 대뜸 묻는다. 녀석 왠 다큐멘터리 보다가 내 생각이 났나보다. 언제나 그랬듯이 즉석해서 만들어지는 만남. 이왕이렇게된거 멤버들 다 불러보자! 결국 ZN, 쏭, 나 그리고 짐승이 이태원 방갈로에서 모였다. 하이닉스를 국민주로 만들어가는 짐승, 아쉽게됐지만 평창동계올림픽 프리젠테이션을 만들던 쏭, 그리고 늘 자유로운 영어선생님 ZN. 정말 반갑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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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N과 나는 방갈로에 종종 오지만 이태원도 몇년만이라던 짐승, 그 이국적인 분위기에 연신Culture shock이라 외쳐댄다. 나도 친구들과 조그만 풀에서 물장난도 하고 덩달아 신이난다. 한 가지 웃긴건 쏭, ZN, 내가 셀폰을 꺼내두었는데 그 녀석들이 모두 같은 거다. 애니콜 Minimalism의 극치, 잊혀진 이놈을 4명중 3명이나 가지고 있다니... 역시 친구는 친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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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정들었던 아이맥을 떠나보내야겠다고 생각할때쯤 랩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텍사스에 있던 뮬랸이 방학을 맞이하여 들어온다길래 apple.com에서 refurbished 맥북프로를 알아보았으나 랩탑 2개 이상 국내반입시 문제가 있을거 같아 접었다. 대신 꿈에 그리던 맥북블랙으로 알아보다가 상태좋은 녀석이 중고로 나왔길래 덥썩 물었다. 전에 사용하시던 분이 맥을 잘 몰라서인지 정말 새것같다. 게다가 가격은 시중가의 66%.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잘 건졌다' 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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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북블랙을 세팅하는 도중에 요녀석이 물어본다. '다른 맥에서 가져올거 없니?' 음... 있는데 잠시만... Firewire로 연결기켜주니 내 아이맥의 데이타 및 설정를 다 불러온다. 게다가 두놈다 AirPort가 달린넘이라 인터넷공유도 선없이 잘도 된다. 맥이 하나 있을땐 몰랐는데 2개있으니깐 참 편한게 많네-

   아이북 다음 아이맥, 그 다음 맥북블랙. 이렇게 나의 맥라이프는 이어진다.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대졸 백수다. 실업급여라도 받았음 좋겠는데 자발적실업은 십원도 없다고 꺼지란다 ㅜㅜ 백수생활 몇주가 흘렀는데 온갖 좋은곳은 다돌아다니고 산해진미를 다 쳐먹으며, 카드를 박박 긁어대니... 아직도 연봉 X천인줄 아니? 정신좀 차리자 ㅡㅡ;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이런 자괴감도 밀려오고 배도 고프고해서 색다른 된장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된장찌게를 만들어 먹는거다. 직장인은 토요일에 신사동에서 브런치 된장놀이를, 백수는 화요일에 된장찌게 된장놀이를. 캬~ 짚신도 제짝이 있다던데 역시 백수도 제짝이 있었던거였다.

   집앞 보문시장에 들렀다. 수표밖에 없었던터라 일단 마트로 직행. 이것저것 사고 현금확보! 시장을 거닐며 반찬, 야채 등 샀다. 정육점에 들렀는데 아저씨가 반찬집 아주머니랑 더위를 식히며 노가리까고 있다. '제발 아는척 하지마라. 제발...'

아이고 오늘은 일찍이 나오셨네요?

   우띠... 아는척 하지 말라니깐... '머야. 백수라고 놀리는거야?' 아 쪽팔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저씨는 그냥 인사했는데 나만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한거같당. 도둑이 제발저린다더니 쯧쯧쯧...

   집에와서 된장찌게를 만드는데 막 신난다. 아 그냥 장가나가서 '집사람' 했으면 좋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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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를 준비해놓고보니 뭔가 허전하고 어색하다. 아까 정육점 아저씨의 기습인사말공격 때문에 양파하고 돼지고기 사는걸 깜빡했다 ㅡㅡ; 대신 구워먹을라고 산 안심 투입! 나참 과도로 안심 쓰는 사람 또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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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만들었다. 이제 분석 들어간다-
  1. 된장이 짠맛이 강하고 구수한맛이 부족하다. 청정원에서 나온 된장을 쓰면 더 나을듯한데 돈아낄려고 어머니가 주신 된장을 사용해서 그런듯 하다. 근데 된장이 오래되어도 곰팡이 하나 없네? 음... 혹시 방.부.제.? ㅡㅡ^
  2. 두부가 너무 연약하다. 이놈들이 '찌게용'이라고 적어놓았던데 낚인건가? 담에는 부침용 두부를 사용해봐야지 ㅋㅋ
  3. 청양고추 3개 넣었더니 맵고 좋네
  4. 잡곡밥을 만들때는 돌을 미리 골라내야 겠다. 이빨만한 돌이나와서 시껍했다 ;;
자 이제 된장찌게 다시 데워 먹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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