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3, 2007, 20:21

   오전에 본 륵셔리라이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체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테마파크 같은 곳(Tanda Masuk)에 갔다. 아주머니가 바쁘셔서 기사가 차를 몰고 우리를 데려다줬다. 이곳은 정말 넓고 곳곳마다 인도네시아의 지명이 있다. 인도네시아 전체를 줄여다 놓은 것이다. 수많은 민족이 있고 문화도 각기 달라서 그런지 하나하나가 특색있다. 너무 넒어서 반도 못보고 지쳐버렸다. 나중에 아주머니가 말씀하시길 왜 걸어다녔냐고... 기사를 부리면 될것이지 ㅡㅡ; 역시 모르면 손발이 고생한다 ㅜㅜ

   꾀 큰 박물관(이름 까먹었다 ㅡㅡ;) 을 꼭 보라고 하셨는데 못봤다. 1시에 문을 닫는단다 ㅡㅡ; 가만히 지켜보니 인도네시언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는것 같다.

1. 뚱뚱한 사람이 없다. 그리고 여자들은 몸매가 죽인다 *.*
2. 일찍자고 일찍일어난다. 어느정도냐면 이곳 민박집도 9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난다 ㅡㅡ; 자연스레 술집이나 백화점을 빼고는 대부분이 5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
3. 추위를 많이 탄다. 난 더워죽겠는데 사람들은 긴팔, 자켓 심지어는 가죽잠바까지 잘도 입고 다닌다. 시현씨(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하는 한국친구) 말로는 4계절이 뚜렸하지않아서 비오는날은 막 덜덜 떨고 몸도 약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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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Indonesia 는 정말 넓은데 이걸타고 대충 둘러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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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물의 낙차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물레방아가 종을 두드려대서 조용하고 종교적인 소리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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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는 원숭이가 참 많다. 원숭이가 돈통을 들고다니면서 구걸하는게 좀 그렇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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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족 박물과 같은곳에 일하는 인도네시언이 창밖을 바라다보고 있다. 인도네시언들은 멍하니 가만히있는 명상을 참 좋아라하는것같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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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명의 소녀들이 음악에 맞추어 바닥을 드럼처럼 두드리는 춤



   아 피곤하다. 누나도 피곤한 눈치다. '누나 우리 피곤한데 그냥 집에 갈까?', '그래 가서 좀 쉬자' 기사한테 전화해서 픽업하러 오라고 한다. 여기 올때는 30분도 안걸렸는데 집에 가는길은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여기 자카르타의 교통은 정말 최악이다. 매연에 뒤섞인 오토바이들하며 꽉막힌 자동차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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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 아주머니는 옛날에 음식점을 하셨댄다. 덕분에 오늘 저녁도 도가니탕과 '새우가 빵을 만났을때'를 맘껏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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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망고정도 주는 센스!



   쉬다보니 9시다. 나말고 사람들 다 자기 시작한다. 미쳐증말 ㅡㅡ; 살금살금 고양이걸음으로 혼자 나갔다. '어디 맥주 파는데 없나?' 동네 아낙네한테 물어보니 어디어디로 가란다. 시키는데로 갔는데 담배밖에 안판다. 근처에 동네 양아치들이 모여놀고 있길래 물어본다. 좀 멀다고 자기 오토바이 타고 같이 가잰다. 혼자라 좀 걱정되지만 머 죽이기야 하겠어? 근데 이녀석이 조낸 멀리간다. 게다가 골목골목 이상한 곳으로 빠진다. 점점더 할렘가 분위기가 나고 골목에 죽치고 있는 불량한 녀석들이 많아진다. 아띠불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길도 기억안나고 조낸 불안해진다. '야 왜케 멀리가! 가까운데 없어?' 이녀석 대충알아들었는지 다 왔다고 안심시킨다. 이내 도착한곳은 이상한 창고. 술이 종류별로 엄청 많다. '투 빈땅 플리즈' 주문을 했다. 약 700ml 짜리 2병에 2,000원. 다시 녀석의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왔다. 태워다준게 고맙고 의심한게 미안하기도해서 1,000원정도 줬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원한 빈땅을 마신다. '아 띠발 십녀감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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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맘조리며 공수해온 Bint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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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왠 호수가 걸려있다. 알고보니 비데다 ㅎㅎ.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손으로 물을 묻혀 뒤를 닦는다고 하다 ㅡㅡ;


July 13, 2007, 18:00

   한참을 돌아다니다 반가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청해수산' 한국 사람이 있겠지... 라는 단순한 생각에 바로 들어갔다. 종업원에게 한국사람 있냐고 물었다. 저기 안쪽에서 말끔한 청년이 나온다. 한국말이 약간 어눌한게 이곳에서 오래 살았나보다. 숙소를 찾고 있다고하니 한국인 민박집을 소개해주겠다 한다. $30이면 비싼편이다. 냉커피도 가져다주며 친절하게 대해주시는데 '한국인 민박집에 그다지 머물고 싶진 않은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택시는 왔고 시간은 늦었고 다른 옵션이 없다. 일단 가보자.

   Blok M에서 택시로 약 20분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조용한 주택가. 한국인 아주머니가 나와서 반겨준다. 택시비 Rp. 30,000(=3천원)가 없어서 아주머니에게 빌렸다. 물론 민박비도 외상이다 ㅡㅡ; 조그만 방이 없어 더블침대가 2개 있는 대리석 바닥 방에 나 혼자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맛있는 저녁이 차려져있다. 지나고보니 따뜻한 물, 나름 비데(?), 인터넷, 빨래, 아침/점심/저녁, 기사, 집안일 하는 사람(이거 한국말로 머더라?) 등 $30 치고는 가격대성능비 굉장히 우수한 곳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편하게 지내자 하고 넓은 침대에서 쿨쿨 자버렸다.

   이런...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1층에 내려가니 아주머니가 아침을 차려주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명의 식모(생각났다!)가 아침을 차려준다. 병채네 집에 하인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걸 직접보니 사람들 사이에 계층이 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이들은 밥도하고 청소도하면서 한달에 약 $50을 받는다. 기사는 운전을하고 보모는 아기를 본단다. 집주인은 명령을 내릴뿐이다. 그나마 외국인집에 있는 하인은 좋은 대우를 받는거란다. 같은 인도네시안네집이면 주인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한다니까... 그들은 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고 듣고 묵묵히 일만 했으며 눈빛에 '한' 같은 것도 없이 평온했다. 왠지 걱정이 되는건 철없는 외국인의 연민일지 모르겠으나 가슴이 아픈건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집에 묵고 있던 영경누나와 시내로 나갔다. Senayan plaza, Senayan은 서울로 치자면 강남, Senayan plaza는 압구정 갤러리아 정도다. Citibank를 찾아서 수수료 없이 루피아를 뽑았다. 씨티뱅크 찾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백만 루피아를 뽑았는데 한국돈으로 딱 십만원이다. 플라자는 정말 놀랄정도로 럭셔리하다. 명품들 빼고는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이다. 특히 발리에 폴로공장이 있어서 그런지 폴로티가 하나에 2만원정도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 인도네시아로 폴로사러 오는 된장녀들도 많다고 한다. 엄청난 지름신이 날 자극했으나 앞으로 갈길이 멀어서 꾸욱 참는다. 영경누나의 셀폰이 울린다. 아주머니다. 우리를 픽업해서 최근에 산 아파트로 놀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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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통 폴로티가 하나에 약 2만원. 장하다 지름신을 피하다니-



   아파트 역시 Senayan에 있다. 입구에서부터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경비가 줄줄이 서 있다. 많은 감시의 눈길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주머니는 카드키를 갖다 댄다. 자동으로 22층을 인식하고 올라간다. 22층은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층인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거기가 바로 현관이다. 아까 카드키를 갖다 댄게 자기층에만 선다는 것이었다. 약 50평이라는 이 아파트는 한국의 70평형과 맞먹는 넓이다. 3면이 유리도 둘러싸여져 한쪽으론 축구경기장 (며칠전에 사우디와 한국이 경기한 곳) 한쪽으론 Senayan plaza와 골프필드 그리고 다른 한쪽으론 성북동 같은 부촌이 펼쳐진다. 하인들을 위한 방도 있는데 딸들이 하인없이 한번 살아보고 싶다해서 지금은 그냥 비어있다. 경관도 좋지만 정말 반한건 천장이 너무 높아서 숨통이 확 트인다는 거다. 나오는 길에서는 호텔같은 로비도 보았고 멋진 수영장과 연못과 헬스클럽도 보았으나 이제 놀랄 기운도 없다. 나중에 가격을 들었는데 도곡동 아파트들의 약 1/1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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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네 아파트에서 보이는 경기장. 엇그제 한국-사우디 축구경기가 있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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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왼쪽으로(쵝오 유치한 프랑스 코미디영화)가 아니라 직진이다. 영화처럼 엘리베이터가 현관에서 열리다니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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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섬유업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인도네시아로 사업을 알아보러온 영경누나. 누나, 인도네시안 잘 배우고 사업 번창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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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있는 수영장의 일부. 주로 외국인들이 사는 륵셔리아파트라서 그런지 정말 감동스럽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자카르타의 상류층 삶을 보았고 많이 놀랐다.
July 12, 2007, 23:32

   지금은 자카르타, 발리에서 -1시간이 아니었으면 13일이 될뻔한 곳이다. 왠지 한 시간 공으로 먹은듯한 느낌. 나쁘지 않다. (나중에 알고보니 인도네시아는 옆으로 길죽해서 3시간 차이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발리-자카르타는 실제 2시간 비행거리인데 시차때문에 1시간 걸린다고 표현한다. 앞으로 많이 겪을 일인듯하다)

   오늘 아침 8:30분 버스로 덴파사로 떠났다. 하얀사람, 노란사람이 뒤섞인 버스안에서 난 귀에 아이팟을 꽂았다. 평소 즐겨듣던 음악들이 주변에 지나가는 풍경과 어울러져 정확히 3.7배는 더 즐겁다. 갑자기 이런생각이 든다.

홈스테이에서 아침이라며 열대과일을 푸짐하게 한 접시를 가져다 줄때,
아르젠티나에서 어제 도착한 녀석이 지금 멕시코랑 축구한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리셉션에 자리잡고 앉을때,
아빠 손을 잡고 지나가던 꼬마숙녀가 수줍은 목소리로 '할로' 라고 건낼때,
카페에서 한참을 이야기나눈 어느 젊은 호주인 부부가 나중에 Perth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명함을 건네며 환하게 웃을때,
모터사이클을 타고 우붓근교를 달리며 상큼한 바람내음을 맡을때,
완전 발리같은 사람들과 자동차와 나무와 햇빛이 내 시신경을 타고 흐를때,

이럴때는 정말 여행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것만같다

   덴파사 공항에서 알아본 티켓은 약 $70. Maldala air가 제일 쌌으며 인터넷과 같은 가격이어서 바로 티케팅한다. 약 2시간이 남아서 근처 Kuta beach로 간다. 드넓은 비치에 드문드문 산책하는 사람들... 경포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긴 서퍼들의 천국인가보다. 저 멀리 큰 파도는 하얀사람들이 타고, 해변의 꼬마파도는 인도네시안 꼬마들이 타며, 일본서퍼들은 벌써 한게임하고 그늘에서 피로를 풀고 있다. 나도 그늘에 앉아 맥주 한캔을 마시고 해변의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후 다시 공항으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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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뒤쪽에 보이는 희미한 곳까지 모두가 Kuta beach 다. 끝에서 끝까지 차로 30분은 걸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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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꼬마 서퍼들. 비록 보드에 오래 서있진 못하지만 파도를 읽는 눈이 상당하다. 킵 고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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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쿠타비치까지 데려다 준 택시기사 Kadud. 다시 발리에오면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준대나 머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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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는 참 알록달록한 곳이다. 굉장히 많은 페인팅샵들이 있으며 거리 곳곳, 모든 화장실에 꼿잎이 놓여져 있다.



   비행기에서 왼쪽에 앉은 Eiwan과 오른쪽에 앉은 Fred와 이야기를 나눈다. Eiwan은 36살/인도네시아 10년차 Geology 엔지니어다. 막 대학을 졸업한 인도네시안은 월급이 얼마나되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평균 $100랜다. 그리고 아직 인도네시아를 떠나본 일이 없단다. Fred는 19살/영국 예비대학생이다. 대학가기전 '알바한 돈'으로 지금 6개월째 세계일주 중이다. 가운데 앉은 나는 2년동안 '졸야근해 번 돈'으로 세계일주를 막 시작했다.  참 다양하고 재밌는 세상이지 않냐? ㅎㅎ

   자카르타공항에 도착했다. Fred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Medan(서쪽의 휴양지)로 가고, 나는 Eiwan의 안내를 받아 Block M(Jakarta 중심지)으로 가는 버스를 탄다. 버스에서 Heru를 만났다. 그는 우리나라로치면 국세청에 일하는 인도네시안이다. Block M으로 들어오는 한 시간동안 인도네시아의 역사에서 부터 주의할 것까지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오는길에 보니 역시 수도는 다르다. 서울처럼 막 복잡하고 다리 및에 사는 사람에서부터 벤틀리를 몰고다니는 사람까지 빈부의 격차도 눈에 띈다. Block M에 도착했는데 좀 막막하다. 내가 자카르타에 대하여 아는것은 병채네 가족이 근처에 산다는것 밖에없는데...

   일단 병채네 전화번호를 알아야한다. 인터넷카페이 들어갔는데 Heru가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랐다. 자기도 이메일 확인하러 왔단다. 마침 내가 가진 Rupiah가 얼마 없었는데 Heru가 고맙게도 대신 계산해줬다. 깜찍한 녀석.

   근처 숙소를 알아보는데 Backpackers, hostel 모두 검색이 되질 않는다. 자카르타 시내에는 hostel이 하나 있는데 $30이 넘는다. 결국 발품을 팔아보기로하고 카페를 나선다. 주위의 싼 호텔을 돌아다닌다. 여기는 6시가 되면 날이 어두워진다.

  
저렴한 숙소는 보이질 않고 가방은 무겁고 말은 안통하고 피곤하고 게다가 어두워졌다. 병채네 집에 전화해 보았으나 전화번호가 잘못된건지 지역번호를 모르는건지 전화가 되질 않는다.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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