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계일주를 떠나기전에 탐독했던 많은 여행책들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것은 역설적이게도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이다. 역설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비용을 얼마나 드는가?', '어디를 가야하는가?' 따위의 질문에는 대답해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왜 나는 여행을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열받네... ㅅㅂㄹㅁ)

그렇게 시작된 알랭 드 보통과의 끈은 1년간의 여행직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소설로 다시 이어졌다. '여행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알랭 드 보통의 날카로운 직관들에 소름끼칠 정도였지만, 설명하기 힘든 불확실한 이유들로 (나에겐 '사랑'이라는 소재가 '여행'이라는 소재보다 더 작은 평수로 인식되고있는지 혹은 반대로 사랑이 내 인생의 모든것인냥 너무나 소중해서 이녀석이 점쟁이처럼 쉽게 한방에 풀어버리는데 짜증이 낫는지 혹은 내가 '자, 책들 집어넣으세요. 퀴즈보고 수업시작합시다' 라는 교수님의 한마디에 심장이 벌렁거리던 나이에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책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몸부림인지...) 하여간 전자만큼의 카타르시스는 느끼지 못했다.

시간은 흘러흘러 벌써 항쿡에 들어온지 40여일이 지났고 그만큼 여러가지 불안들도 커져만 간다. '나만 뒤쳐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꽤나 전통적인 불안에서부터, '애써 키웠던 스펙트럼은 서서히 사라지고 다시 박스안에 갇혀만가는건 아닌지...' 하는 새로운 불안. 결정적으로 현재 가진 행복에 대한 '믿음'대신 '집착'이 새싹처럼 돋아나면서 스스로를 벗어나지못할 불안의 늪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생각속에서 방안을 스크루지처럼 떠돌다가 구석에 널부러진 책 한권이 눈에 빨려들어왔다. 제목하여 '불안'. '또 알랭 드 보통이냐? 아 이젠 지겹다' (하지만 녀석의 다른책을 벌써 사고 싶다 ㅡㅡ;) 여하튼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지루한 책에 대한 의무감때문인지, 맛있는게 아껴뒀다 먹고싶은 초딩적인 발상인지 쉽게 손이 가질 않는다. 대신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다시 들춰보다가 '불안'과 비슷해보이는 개념을 발견했다. 바로 '안헤도니아'(Anhedonia)

안헤도니아(Anhedonia)에 대한 정의는 여러가지가 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언급된것처럼 영국의학협회(BMA)는 "행복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갑작스런 공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고산병과 아주 흡사한 병" 이라고 규정했다. (고산병과는 뭐가 흡사하다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저산소'라는 원인? 어지럽고 구역질이나는 증상? 아님 코카잎을 씹어줘야하는 처방?)

반면에 Wikipedia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In psychology, anhedonia (< Greek αν- an-, without + ηδονή hēdonē, pleasure ) is an inability to experience pleasure from normally pleasurable life events such as eating, exercise, and social or sexual interaction. - Wikipedia

그리고 아래 광고는 안헤도니아를 일생생활의 예로 쉽게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놀라운 해법까지 제시!)




학계에 따라, 협의와 광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 비슷한 개념이라고 보인다. 내 생각은 아래 Robert의 생각과 비슷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 모든 기쁨에는 대가가 따른다. photo by Arte Diem member


이렇게 안헤도니아(A)가 기쁨(P)이나 행복의 대가(R)라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대가는 여러가지 변수들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들어 기쁨이 크면 클수록 대가도 어느정도 비례해서 커질것이지만, 그 기쁨을 향한 믿음(B)이 확고하면 대가는 줄어들 수 있다.

A=R
R=aP(100-B)
(0<B<100)

즉 '난 너를 99.9% 믿어' 일 경우에는 내가 느낄 안헤도니아는 0.1aP로 아주 작다.반대로 '난 너를 0.1%도 믿지 않아' 일 경우에는 99.9aP의 엄청난 안헤도니아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한다. 앞의 광고에서도 아버지는 이 큰 기쁨이 언젠가는 끝날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믿음이 없기에) 그만큼 큰 안헤도니아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이 이렇게 간단하던가? 믿음이 있으면 배신(B')도 있고 또한 믿음은 곧잘 집착(S)으로 바뀌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사고(A')도 있다. 이런 모든 악수가 동시에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

(If B>90, S=B, B'=B)
R=aB'P(100+S)+A'

즉 '내가 널 99.9% 믿었었는데 어느순간 그것이 집착으로 바뀌었고 동시에 넌 배신을 하고 바로 교통사고로 사망했어' 일 경우에 안헤도니아의 무게는19,970.01aP+A' 이다. 아마 '즉사'의 무게가 아닐까싶다.

하지만 여기서 범한 오류가 있다. 안헤도니아는 기쁘거나 행복하거나 오르가즘을 느끼는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반응인데 배신, 집착, 사고 같은 부정적인 변수들이 들어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안헤도니아가 아닌 고통(P')이 되는 것이다.

그럼 역으로 즐거울때 안헤도니아를 줄이는 방법과 즐겁지 아니할때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보고싶어진다.

(If P>0)
R=aP(100-B)

(If P<0 and B>90, a'<0 S=B, B'=B)
P'=a'B'P(100+S)+A'

해석:
  • 기쁠때 안헤도니아를 줄이는 방법
    1. a를 0에 가깝게 만들어라 > 항안헤도니아제(?) 투약
    2. 기쁘지 않다고 끝없이 속삭여라
    3. 기쁨이 영원할거라고 최대한 믿어라
  • 기쁘지 않을때 고통을 줄이는 방법
    1. a'를 0에 가깝게 만들어라 > 항우울제 투약 또는 심적고통보험상품(?) 가입
    2. B'를 0에 가깝게 만들어라 > 배신고통보험상품(?) 가입
    3. '나는 기쁘다' 를 백만번 반복하라
    4. S를 -100에 가깝게 만들어라 > 믿음의 최대화
    5. A'를 0에 가깝게 만들어라 > 사고보험 가입
    6. 애초에 B=0로 만들어라

결론:
  • 행복해지기위해선 항안헤도니아제 및 항우울제를 상습복용하고 심적고통보험, 배신고통보험, 사고보험등 각종 보험상품을 정기구매하고 '기쁘다' 및 '기쁘지 않다'를 상황에 맞게 반복학습하며 상대방이나 현재의 즐거움을 최대한 믿으면서 또 애초에 믿지말아야한다


곡만들기에 한창 열중하다가 너무 어려워 영상만들기로 급선회하여 영상을 제작중이다.

매뉴얼도 없이 작업을 하다보니 이것 만드는 것도 9시간정도 걸렸다! -_-;

배경음악 : ATB의 Alcarda

어찌 어찌하여 갑자기 Wanted 시사회에 가게 되었다. Trailer까지 HD로 다운로드 받아서 매일 보면서 기다려왔던 영화인지라 그 반가움이 배로 크다. 근데 항쿡 들어온지 2주만에 극장을 두 번에나 가다니... 평균으로 따지면 생애 최고의 극장 출입기가 아닌가 싶다. 어쨋든 Wanted는 26일에 세계 동시개봉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냥 동시개봉해도 항쿡에서 본다면 GMT+9의 영향으로 거의 세계 최초로 감상하게 되는것인데 이건 또 시사회라 하루 일찍 보게 되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Wanted (혹은 원티드)는 Spoiler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수 있는 전형적인 영화라는 것. 하지만 이번 포스팅은 끝까지 봐도 무방하다는 것...

어쨋든 오랜만에 긴장된 마음으로 감상에 들어갔다. WOW!, G-Yeah!, Oh shit! 어짜피 장면 장면마다 다들 놀래고 소리지르느라 정신없어서 감탄사 시끄럽게 내뱉아가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원초적인 즐거움이 있다는이야기다. 그리고 한참 재밌을라고 하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Trailer 스크린캐쳐 중 하나.


































쳐 잤다 ㅡㅡ;

내심 기대가 컸던 영화였는데 어젯밤을 꼴딱 새버린 영향인지... 역시 21시 영화는 무리였나보다.


P.S.1: 10자평:
Matrix + 히네루 (=히네 혹은 틀어치기 ㅡㅡ;)
P.S.2: 스피커 속에 모기 백만마리 있는거마냥 웅웅거리고 비상구 싸인에 눈부셔가며 영화를 봐야하는 서울극장은 정말 즈질이야- 뻥 두 숟가락 더하면 차라리 8th Army 극장이 더 낫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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