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y 13, 2007, 18:00
한참을 돌아다니다 반가운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청해수산' 한국 사람이 있겠지... 라는 단순한 생각에 바로 들어갔다. 종업원에게 한국사람 있냐고 물었다. 저기 안쪽에서 말끔한 청년이 나온다. 한국말이 약간 어눌한게 이곳에서 오래 살았나보다. 숙소를 찾고 있다고하니 한국인 민박집을 소개해주겠다 한다. $30이면 비싼편이다. 냉커피도 가져다주며 친절하게 대해주시는데 '한국인 민박집에 그다지 머물고 싶진 않은데...'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택시는 왔고 시간은 늦었고 다른 옵션이 없다. 일단 가보자.
Blok M에서 택시로 약 20분 달려 도착한 곳은 어느 조용한 주택가. 한국인 아주머니가 나와서 반겨준다. 택시비 Rp. 30,000(=3천원)가 없어서 아주머니에게 빌렸다. 물론 민박비도 외상이다 ㅡㅡ; 조그만 방이 없어 더블침대가 2개 있는 대리석 바닥 방에 나 혼자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맛있는 저녁이 차려져있다. 지나고보니 따뜻한 물, 나름 비데(?), 인터넷, 빨래, 아침/점심/저녁, 기사, 집안일 하는 사람(이거 한국말로 머더라?) 등 $30 치고는 가격대성능비 굉장히 우수한 곳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 그냥 편하게 지내자 하고 넓은 침대에서 쿨쿨 자버렸다.
이런... 아침 10시에 일어났다. 1층에 내려가니 아주머니가 아침을 차려주신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명의 식모(생각났다!)가 아침을 차려준다. 병채네 집에 하인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걸 직접보니 사람들 사이에 계층이 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이들은 밥도하고 청소도하면서 한달에 약 $50을 받는다. 기사는 운전을하고 보모는 아기를 본단다. 집주인은 명령을 내릴뿐이다. 그나마 외국인집에 있는 하인은 좋은 대우를 받는거란다. 같은 인도네시안네집이면 주인 얼굴을 바로 쳐다보지도 못한다니까... 그들은 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고 듣고 묵묵히 일만 했으며 눈빛에 '한' 같은 것도 없이 평온했다. 왠지 걱정이 되는건 철없는 외국인의 연민일지 모르겠으나 가슴이 아픈건 어쩔 수 없었다.
같은 집에 묵고 있던 영경누나와 시내로 나갔다. Senayan plaza, Senayan은 서울로 치자면 강남, Senayan plaza는 압구정 갤러리아 정도다. Citibank를 찾아서 수수료 없이 루피아를 뽑았다. 씨티뱅크 찾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백만 루피아를 뽑았는데 한국돈으로 딱 십만원이다. 플라자는 정말 놀랄정도로 럭셔리하다. 명품들 빼고는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이다. 특히 발리에 폴로공장이 있어서 그런지 폴로티가 하나에 2만원정도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 인도네시아로 폴로사러 오는 된장녀들도 많다고 한다. 엄청난 지름신이 날 자극했으나 앞으로 갈길이 멀어서 꾸욱 참는다. 영경누나의 셀폰이 울린다. 아주머니다. 우리를 픽업해서 최근에 산 아파트로 놀러갔다.
베네통 폴로티가 하나에 약 2만원. 장하다 지름신을 피하다니-
아파트 역시 Senayan에 있다. 입구에서부터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경비가 줄줄이 서 있다. 많은 감시의 눈길을 지나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아주머니는 카드키를 갖다 댄다. 자동으로 22층을 인식하고 올라간다. 22층은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층인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거기가 바로 현관이다. 아까 카드키를 갖다 댄게 자기층에만 선다는 것이었다. 약 50평이라는 이 아파트는 한국의 70평형과 맞먹는 넓이다. 3면이 유리도 둘러싸여져 한쪽으론 축구경기장 (며칠전에 사우디와 한국이 경기한 곳) 한쪽으론 Senayan plaza와 골프필드 그리고 다른 한쪽으론 성북동 같은 부촌이 펼쳐진다. 하인들을 위한 방도 있는데 딸들이 하인없이 한번 살아보고 싶다해서 지금은 그냥 비어있다. 경관도 좋지만 정말 반한건 천장이 너무 높아서 숨통이 확 트인다는 거다. 나오는 길에서는 호텔같은 로비도 보았고 멋진 수영장과 연못과 헬스클럽도 보았으나 이제 놀랄 기운도 없다. 나중에 가격을 들었는데 도곡동 아파트들의 약 1/10 정도다...
아주머니네 아파트에서 보이는 경기장. 엇그제 한국-사우디 축구경기가 있었던 곳이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 왼쪽으로(쵝오 유치한 프랑스 코미디영화)가 아니라 직진이다. 영화처럼 엘리베이터가 현관에서 열리다니 세상에...
한국에서 섬유업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인도네시아로 사업을 알아보러온 영경누나. 누나, 인도네시안 잘 배우고 사업 번창하세요 :)
아파트에 있는 수영장의 일부. 주로 외국인들이 사는 륵셔리아파트라서 그런지 정말 감동스럽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자카르타의 상류층 삶을 보았고 많이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