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형,

   저는 지금 베트남(Vietnam) 중부에 회(Hue) 라는 도시에 있어요. 역시 잘 먹고 잘 지내고 있구요. 배탈 한번없이 건강하답니다. 오늘 어떤 사람을 만났는데 그 친구가 며칠전에 만난 네덜란드 가족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 가족은 동남아로 가족여행을 한달왔다가 고등학교 졸업하는 아들은 혼자 1년을 여행하라고 보내고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친구가 물어봤데요. 그대로 들려드리자면...

   '아니 아들이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혼자 1년을 여행하게 하면 좀 걱정되지 않아요?'

   '걱정이란건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덩치만 거지는거야. 인생은 어짜피 한정된 시간이니 걱정은 접어두고 잘 지내고 있을거고, 잘 성장하고 있을거라는 행복한 생각만 하면 되잖아'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 생각이 났어요. 형에게도 들려주고 싶고. 그냥 많이 걱정하실까봐서... 자주 연락드리지도 못하고 괜히 미안해지네요...


   저 아주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시고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오늘 전화드릴려고 했는데 한국시간이 너무 늦어서 그냥 내일 전화드릴께요. 사랑해요!

막내 규성 올림.
July 29, 2009, 05:10

   Vientiane을 출발한지 10시간이 지났다. 이번 이동은 버스로 20시간 거리. 지금까지 탄 그 어떤 교통수단과 비교를 거부한다. 오래된 낡은 버스에 에어콘은 나오지않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끈적거린다. 야간버스다보니 사람들이 온갖 기괴한 모습으로 잠을 청한다. 통로에 다리를 걸치고 3개의 좌석을 차지한체 다리를 쭉 뻗고 자는 사람. 뒷자리의 넓은 바닭에 그냥 누워서 자는 사람. 선반 사이에 대각선으로 해먹을 쳐서 올라가서 자는 사람... 나도 잠을 청하다 목이 너무 아파 일어났는데 옆구리가 가렵다. 만져보니 명훈이와 같은 두드러기가 났다. 나중에 숙소에 가면 영훈이가 챙겨준 약 하나 먹어야겠다. 저녁을 먹기위해 중간에 들렸던 곳은 말하자면 휴계소였는데 조그만 식당에 화장실 하나. 모든 사람이 닭죽과 닭밥중에서 택일. 명훈이와 나는 하나씩 시켰지만 내 턱수염같은 닭털에 기겁하여 닭은 먹지도 못하고... 지금도 차를 세운지 한 30분 되었는데 여기가 어디인지 왜 차를 세웠는지 언제 출발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구도 영어를 잘 못하고 그냥 몇명 없는 백패커들끼리 추측만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유 니드 머니?' 하며 접근하는 환율나쁜 환전상과 패스포트를 달라며 윽박지르는 아저씨들이 돌아다닌다.

   알고보니 이곳은 라오스-베트남 국경근처 마을이었다. 그래서 패스포트를 달라고 자꾸 말시켰나보다. 동남아에선 국경에서 영어가 많이 통하지 않고 질서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버스기사등이 내국인, 외국인 할꺼없이 여권을 모두 걷어 한번에 통과시키는게 일반적이다. 그런 반면 보통 외국여행자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extra fee도 내기 싫기에 모든 제의를 거부하고 직접 일을 처리하는게 일반적이다 하겠다. 결국 명훈이와 나와 그리고 뒷버스의 흰둥이들은 국경을 향해 걸어간다. 약 30분 걸으니 국경이다. 여긴 벌써 베트남, 라오스 사람들로 만원이다. 역시나 줄도 없고 서로 부디끼며 밀치고 하는게 내가 딱 싫어라하는 분위기다. 한첨을 멍하니 보다가 이러다 베트남 못가겠다 싶어 나도 무작정 뛰어들었다. 사람들을 밀치고 창구에 도착하여 작은 구명으로 여권을 쑤셔넣었더니 국경직원이 보고 외국인이니 좀 먼저 봐준다. 근데 이것들이 주말이라고 $1 extra fee를 내라고 한다. 창구 어디에도 extra fee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참 황당하다. 라오스 이것들 동남아에서 VISA도 젤 비싸고($30) 입국시에는 이른 아침이라고 $1 더 내라그러고 또 'Entrance fee'라고 $1 더 내라그러더니 나갈때까지 삥 못뜯어서 안달이다. 결국 창구 앞에 있던 약 10명의 외쿡인들은 대동단결하여 맞섰다. 우리는 죽어도 돈을 더 낼 수 없다구!!

   결국 라오스 국경에서의 little riot은 2시간 30분만에 막을 내렸고 아무도 extra fee를 내지 않았다. 덕분에 버스 2대와 그 안의 local people은 하염없이 우리만을 기다려야만 했다... 머쓱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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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버스에서 눈을 떴는데 차에 치였는지 개가 죽어있었고 그걸 오토바이탄 누군가가 싫어갔다. 어디다 묻어주었겠지... 라오스쪽이었는지 베트남쪽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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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베트남간 국경버스는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복수의 운전수가 차에 탄다. 한명이 운전할때 나머지는 자는데 뒷자석에 누워서 자거나 바닥에 벌러덩 누워서 자거나 아님 이렇게 해먹을 치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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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국경에서 2.5시간을 낭비하다. 내 왼쪽의 빨간 반바지는 Sweden에서 온 Chris인데 요놈 잘 봐둬라. 자꾸 등장한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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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국경 겨우 빠져나오다. 도시는 소박하고 사람들은 정겹고 물가는 싸서 좋은데 immigrant officer 들은 친절하지않고 각종 fee 역시 싸지 않다. 역시 정치가 문제야...


   베트남 중부의 회(Hue)에 도착했는데 아무것도 없다. 이건뭐 도시가 아니라 변두리에 떨궈진듯 하다. 제길... 옆에 가게에 앉아 LP를 읽고 있는데 삐끼들이 몰려든다. 타운까지 20km이니 $5에 오토바이 태워주께- / 아냐 괜찮아 그냥 걸어갈께 ^^; 명훈이와 나는 헝거리백패커라 이런거 타고 다닐 스타일이 아니다. 한참 걸어가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가 갑자기 세웠다. 자세히 보니 국경버스에서 만났던 운전수중 한명이다. 이렇게 반가울수가! 자기는 여기 산다며 뒤에탄 딸들을 소개시켜준다. 근데 우리 어떻게 타운까지 가는거야? / 웅... 오토바이 타구 가. 마침 옆에 아까부터 줄줄 따라오던 오토바이 택시가 있어서 다시 가격을 흥정해봤다. 역시 로컬피플이 옆에 있으니 가격이 마구 내려간다. 우린 2명이니 오토바이 두대에 $3. 그래 좋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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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Hue) 변두리의 어느 노점. 우리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삐끼들이 달려들어 내 기타를 만지고 LP도 만지고 시계도 만지고 난리났다. 첨엔 좀 불쾌했는데 맘을 열어버리는 그냥 정겨울 뿐이다


   드디어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왔다. 그런데 아무리 돌아도 우리가 찾는 숙소는 보이지 않고 백팩은 무겁고 지쳐만 간다. 순간 저기 길건너에서 한국인 같아보이는 청년 두명.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서 물어본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처럼 방금 회에 도착했고 게다가 10초후에 다른 한국인 여자애도 반가운 표정으로 합류. 알고보니 이 세명은 아래 해변 나짱(?)에서 이미 만났던 인연이다. 이들도 숙소정보가 없어 우리가 비엔티엔(Vientiane)에서 들었던 숙소로 같이 갔다. 이번 숙소는 트윈에 에어컨 그리고 필요없는 냉장고에 핫샤워 그리고 TV까지 해서 $8이다. 정말 오랜만에 집같은 곳에서 자보게 생겼다. 나를 포함한 남자애 4명은 바로 방을 잡았다. 여자애(소연)만 다른 숙소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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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곳곳에 이런 벽화들이 좌악- 지뢰조심도 있고, 콘돔사용하자도 있었음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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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에 있는 로터리를 뒤로하고 점프샷 한컷. 점프샷 찍다보니 점점 높아지는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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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다. 명훈이 왕자샷도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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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오토바이택시에서 내리다가 마후라에 다리가 닿아 디었다. 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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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e 한 가운데를 지나는 Perfume river를 바라보며 로컬맥주 Festival(500원)을 마신다. 그리고 술만 마시면 이렇게 변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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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어제 저녁에 소연이랑 헤어지면서 한 약속때문에 일찍 일어났다. 명훈이는 아직 자고 있고 한 10분 늦어서 서둘러 나갔더니 소연은 우리 숙소 바로 앞에서 아침을 먹고 있다. 나도 바나나팬케익과 베트남커피로 아침을 먹고 10,000 Dong (=600원)에 자전거를 빌렸다. 회에도 서울처럼 강이 흐른다. 이름하여 Perfume river. 강의 북쪽은 대부분이 왕궁인데 자전거를 타고 한번 둘러볼 작정이다. 아침 9시인데도 벌써부터 햇살이 따갑다. 수많은 모터사이클이 마치 강처럼 흐르는데 자전거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왕궁은 두겹의 성벽으로 둘러싸여있는데 바깥성벽은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약 $4)도 만만치 않고 그다지 볼게 없다는 평이 자자해 왕궁은 들어가지 않았다. 크게 반바퀴정도 돌자 가로수 아래, 그늘이 진곳이 나타난다. 나름 시원함을 만끽하며 천천히 달리는데 낡은 대문들과 강아지와 동네아이들이 참 정겹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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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로 옆에 있던 카페. 항상 백패커들로 가득차 있다. 바나나팬케익과 베트남 커피로 먹는 아침. 음- tre b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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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벽면에 있는 낙서들 from 오만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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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북쪽의 대부분은 citadel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 안에 들어가서 헤리파러 한번 찍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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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adel이 유료라 들어가진 않았지만 주위에도 볼게 많았다. 예를 들면 이런 거대한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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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세워진 우리 자전거. 이런 느낌 좋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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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났다 신났어~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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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오토바이부대. 동남아 대부분에 걸쳐 오토바이부대가 있지만 베트남이 젤 많은듯


   오후 2시에 호이안(Hoi An)으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야한다. 베트남에는 Open tour ticket 이라는게 있는데 베트남 북부 Ha Noi 에서 남부 Ho Chi Min(Sigon) 까지 대여섯개의 도시를 이동할 수 있는 티켓패키지다. 우리는 회(Hue)-호이안(Hoi An)-나짱(Nha Trang)-달랏(Dalat)-호치민(Ho Chi Min City=HCMC) 를 잇는 패키지를 구입했는데 가격은 $16. 1:30분이 픽업시간이라 여행사 앞에서 기다리는데 소연이 나타나지 않는다. 버스는 벌써 왔는데, 셀폰도 없고 참 난감하다. 버스가 막 출발하려는 순간 소연이 뛰어온다. 표정이 좋지않아 물어보니 몸이 좀 아픈가 보다. 어지럽고 토할것 같고... 증상이 꼭 말라리아 같아서 걱정이 된다.

베트남/회 (Hue)
물가: ★✩✩✩✩
경치: ★★★✩✩ (Hue는 19c-20c동안 13명의 왕이 전국을 통치하던 수도여서 유네스코 지정 유적지인 거대한 성과 수많은 왕릉이 있음)
재미: ★★✩✩✩
친절: ★★✩✩✩
위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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