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같은 무게의 가방을 들고, 천근같은 무게의 마음가짐으로 출근을 한다.

당직실에 들러서 오늘 신문을 집어든다. 신문의 내용은 매일 바뀌는 것 같은데, 쳇바퀴 도는 듯한 내 생활은 매일 똑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엘리베이터를 탄다.
내 자리에 도착해서는 가방을 풀고, 윗도리를 벗고서는 근무복으로 갈아입는다.

기계적으로 커피를 타서 키보드의 오른편에,
오른손을 아무렇게나 뻗어도 쉽게 집을 수 있는 곳에 커피를 놔두고,
컴퓨터를 켜고,
캐비넷에서 서류뭉치를 꺼내어 책상 옆에 휙~ 던지듯이 쌓아둔다.
Pen Stand에서 샤프펜슬, 색색별의 펜 등을 뽑아서 커피 옆에 가지런히 놓아둔다.

이러면 오늘 하루를 위한 준비는 끝난다.
아! 커피를 타고서 자리로 오는 길에 팩스로 들어오는 야간근무일지를 집어오는 것을 깜빡했군~

그러고 나면 시간은 8시 30여분 정도.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매일 이 30여분은 내게 특별한 시간이다.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하루 중 내가 깨어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시간에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인터넷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한 업무를 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책을 읽기도 하고, 다이어리를 정리하기도 하니까.

사랑을 믿고 싶은 그런.
조그마한 것에도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맑은 정신으로 무엇을 하더라도 힘이 넘치는 그런.
나에 대해, 사람에 대해, 세상에 대해 다시금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그런.
...
..
.
아침의 그 30여분은 내게 그. 런. 시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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