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둔 다음날 돼지저금통을 따던 큰길이를 보면서 나도 집에 있는 캔들을 딸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자마자 A4 8장 깔아놓고 저금통들 분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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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전을 고르다보니 나랑 나이가 같은 50원짜리가 나왔다. 왠지모를 친근감. 에랏 기념이다 너 나랑 같이 세계일주하자. 해놓구선 이내 맘이바껴 슬며시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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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길이의 왕돼지가 결국 18만원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같이 지켜본 직후라 별 큰 기대감은 없었다. 맘을 비우고 그냥 동전 종류별로 분류만 해서 은행으로 갔다. 동전 바꾸는건 오전에만 해준다고 거절하던 은행원, 나의 걱정어린 표정에 다시 맘을 바꾼다. 순간 은행에 근무하는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미안하다. 진상부려서... ㅡㅡ;

   동전 돌아가는 소리가 한참동안 들리더니 영수증을 작성해준다. 175,300 원. 이정도면 나쁘지 않네. 오늘 하나 배웠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사실 티끌모으면 티끌밖에 안되더라 ㅎㅎ
   친애하는 가족, 형님, 누님, 친구, 동생 여러분,

    오늘 저녁에 심규성, 이큰길이 여러분을 굿바이 파티에 초대합니다!
분위기좋은 와인바에 오셔서 세계일주를 떠나는 규성이와 회사를 떠나는 큰길이에게 덕담 세마디와 악담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혹시 '잘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뻘쭘하진 않을까...'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걱정하지 마세요. 다양하고 재미있는 선남선녀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인연들을 만드실 수 있을거에요!

자세한 일정 및 장소는 아래 flyer를 참고하세요-
그럼 오늘밤 파티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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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대졸 백수다. 실업급여라도 받았음 좋겠는데 자발적실업은 십원도 없다고 꺼지란다 ㅜㅜ 백수생활 몇주가 흘렀는데 온갖 좋은곳은 다돌아다니고 산해진미를 다 쳐먹으며, 카드를 박박 긁어대니... 아직도 연봉 X천인줄 아니? 정신좀 차리자 ㅡㅡ;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이런 자괴감도 밀려오고 배도 고프고해서 색다른 된장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바로 된장찌게를 만들어 먹는거다. 직장인은 토요일에 신사동에서 브런치 된장놀이를, 백수는 화요일에 된장찌게 된장놀이를. 캬~ 짚신도 제짝이 있다던데 역시 백수도 제짝이 있었던거였다.

   집앞 보문시장에 들렀다. 수표밖에 없었던터라 일단 마트로 직행. 이것저것 사고 현금확보! 시장을 거닐며 반찬, 야채 등 샀다. 정육점에 들렀는데 아저씨가 반찬집 아주머니랑 더위를 식히며 노가리까고 있다. '제발 아는척 하지마라. 제발...'

아이고 오늘은 일찍이 나오셨네요?

   우띠... 아는척 하지 말라니깐... '머야. 백수라고 놀리는거야?' 아 쪽팔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저씨는 그냥 인사했는데 나만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한거같당. 도둑이 제발저린다더니 쯧쯧쯧...

   집에와서 된장찌게를 만드는데 막 신난다. 아 그냥 장가나가서 '집사람' 했으면 좋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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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를 준비해놓고보니 뭔가 허전하고 어색하다. 아까 정육점 아저씨의 기습인사말공격 때문에 양파하고 돼지고기 사는걸 깜빡했다 ㅡㅡ; 대신 구워먹을라고 산 안심 투입! 나참 과도로 안심 쓰는 사람 또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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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만들었다. 이제 분석 들어간다-
  1. 된장이 짠맛이 강하고 구수한맛이 부족하다. 청정원에서 나온 된장을 쓰면 더 나을듯한데 돈아낄려고 어머니가 주신 된장을 사용해서 그런듯 하다. 근데 된장이 오래되어도 곰팡이 하나 없네? 음... 혹시 방.부.제.? ㅡㅡ^
  2. 두부가 너무 연약하다. 이놈들이 '찌게용'이라고 적어놓았던데 낚인건가? 담에는 부침용 두부를 사용해봐야지 ㅋㅋ
  3. 청양고추 3개 넣었더니 맵고 좋네
  4. 잡곡밥을 만들때는 돌을 미리 골라내야 겠다. 이빨만한 돌이나와서 시껍했다 ;;
자 이제 된장찌게 다시 데워 먹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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